통증에 관한 이야기

출처:통증은 있어도 안 되고, 없어도 안 된다 (중앙대학교병원 건강칼럼)

요즈음 종합병원에는 생소한 이름의 진료부서가 있다. 

통증치료실, 또는 통증클리닉이라고 부르는 부서다. 

통증클리닉(Pain Clinics)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생기는 급․만성 통증을 관리하는 새로운 임상 분야이다. 

1962년 일본의 若杉文吉교수가 처음으로 동경대학에서 마취과에 외래를 개설하고 

급․만성 통증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며,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개선, 운영되고 있다.

통증이란 실질적으로 또는 잠재적으로 신체 조직에 손상이 있다거나, 

또는 이런 손상이 있는 것과 관련하여 표현되어지는 육체적, 정서적, 또 사회적인 불유쾌한 경험이다. 

이렇게 통증의 정의가 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까지도 포함하고 있지만, 

대부분 ‘통증’하면 우선 육체적인 고통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육체적인 고통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들고, 육체적인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누구나 갈망하기 때문에, 

의사도 환자도 육체적 통증을 우선 치료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통증이 있을 때 사람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일부 환자에서는 정신적인 피해를 받기도 하며 그 결과 정상적인 사회 활동마저 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육체적 통증만을 치료하는 것보다 전문가에 의한 정서적인 면까지 검토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통증은 생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 

통증이 없다면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질병이나 비정상적인 변화를 알 수 없을 것이고, 

질병의 정도를 모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급성 충수돌기염(흔히 맹장염이라고 함)에 걸렸는데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그 사람은 비록 고통 없이 지낼 수는 있을지 모르나 곪아가는 충수돌기의 염증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므로 

결국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될 것이다. 통증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불유쾌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리적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의료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사람은 어떠한 고통도 받아서는 안된다. 

의사들은 환자가 질병으로 고통 받을 때, 위협받는 생명을 최신의 지식과 다양한 약물 

그리고 첨단 의료 장비를 이용하여, 최선의 방법으로 그리고 성심 성의를 다하여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며, 질병에 따른 통증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 한다. 

생명의 연장과 고통 없는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의료의 궁극적 목적이다. 

삶의 가치를 더 고귀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데 통증 치료는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통증클리닉은 급․만성 통증의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곳이다. 

급성 통증은 흔히 10~30일 정도 지속되는 통증이며, 30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만성 통증이라 한다.

급성 통증은 신체 내의 조직이나 어떤 장기에 이상이 생기거나 손상을 받았을 때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증상. 

피부를 베었다거나, 가시에 찔렸다거나, 불에 데었다거나, 살(근육)이 찢어졌다거나, 뼈가 부러졌을 때, 

이런 급성 통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신체 일부 조직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그리고 사람 몸속에 있는 중요한 

장기에 이상이 있어서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급성 통증은 국소적인 아픔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고,

빠른 내과적 또는 외과적 처치로써 원인을 제거하면 통증이 소실된다.

만성 통증은 급성 질병을 적절히 치료하지 못했다거나, 환자가 가볍게 생각하고 무시해 버림으로써 생긴다. 

이런 만성 통증은 질병이나 상해의 자연스러운 경과보다 오래 지속된다. 

이때는 통증 자체가 가지는 생물학적인 중요성은 상실되고 인체의 보호적 기능마저도 없어진다. 

만성 통증은 육체적 통증의 특성이 있으면서, 심리적인 변화를 가지게 되는 것이 특징인데, 

불안감, 우울증, 또는 가족이나 친지에 대한 공격적 성향이나 파괴적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만성 통증의 예로써는 신경통, 근육통, 관절통, 요통, 두통, 환상통 등등이 있으며, 암 통증도 이에 포함된다. 

이런 통증을 통증클리닉에서는 치료한다.

통증클리닉에서 시행하는 치료 방법은 국소마취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신경파괴제, 혈관확장제, 

및 opioid 제제를 병용하여 투여하는 신경차단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약물요법, 이학요법, 침술요법 또는 물리요법 등이 보조적으로 병용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과적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신경차단법이란 통증의 원인이 되었던 질병이 있는 곳의 신경 또는 신경절에 주사침을 찌르고, 

약물을 주입하거나 물리적 방법으로 신경의 흥분을 억제시켜서, 

비정상적인 병변을 개선하고 혈류를 증가시켜 통증을 없애는 방법이다. 

신경의 흥분 전도가 억제되거나 차단되면 지각신경에서는 감각이 저하되고 통증을 감지하지 못하게 되며, 

운동신경의 경우에서는 근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경련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교감신경을 차단하면 혈관 수축이 억제되고 교감신경의 지배 영역의 조직과 장기에서는 혈류가 증가되어

회복이 빨라지고 병변도 치유된다.

신경차단법을 시행하면서 

“신경 차단 실시하면 감각 둔해지고 수족을 움직이는 것이 곤란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을 자주 묻는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차단법은 환자의 질병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을 선택하고 약물의 농도와 용량을 다르게 조정하며, 

신경차단 방법도 일시적 또는 장기적 방법 등으로 구분하여 시행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신경차단법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은 국소마취제와 신경파괴제이다. 

국소마취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신경차단 효과가 없어지면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약물이다. 

그렇다면 “통증치료의 효과 역시 일시적인 것이 아니냐?”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복된 신경차단을 시행할 경우 혈류의 개선으로 통증의 원인인 병변이 근본적으로 치유되기 때문에, 

그 효과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허리가 아픈 경우에 3~5회에 걸쳐서 통증치료를 받고나면 

허리나 다리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고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해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신경파괴제는 장기적인 신경차단법에 사용하고 있는데, 무수알코올 또는 페놀이 사용된다. 

신경파괴제는 제한된 환자에게 극히 소량만이 신중하게 투여한다.

삼차신경통의 치료에서 무수알코올 0.1 ml만을 투여하고도 한번의 주사로 약 1~2 년간 유효하다. 

페놀은 암에 의한 통증을 치료하는 때 많이 사용하며, 

일회 투여로 그 효과가 6개월 내지 1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말기 암 환자에서는 고통 없이 여생을 보낼 수 있다.

물리적인 신경차단법은 신경에 열을 가한다거나 반대로 냉각시키는 방법이다. 

신경은 가열을 한다거나 또는 냉각시키면 흥분 전도가 억제되는 성질이 있다. 

이런 물리적 신경차단은 알코올이나 페놀을 사용하는 장기간적인 신경차단 방법과 그 효과가 비슷하다. 

통증치료에서 수술적인 방법으로 신경을 절단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신경차단법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통증클리닉에서는 다양한 만성 통증(예를 들면, 삼차 신경통, 비정형 안면통, 목(경부)과 

어깨의 통증, 팔과 손목 등의 통증, 흉추부의 통증, 요하지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대상포진후 신경통, 

환산지, 단단통 및 환지통, 말초신경병증성 통증, 당뇨성 신경증과 같은 대사성 신경통, 혈관통, 

중추성 통증, 섬유 근육통 등의 전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증)을 치료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통증은 없지만, 얼굴이 마비(안면 마비)가 되었다거나,

반대로 얼굴 근육에 경련(안면 경련)이 있는 경우, 

또 팔 다리의 혈액 순환이 나쁜 경우(각종 순환 장애, 허혈성 사지 궤양 등)도, 통증클리닉에서 치료한다.